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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아쿠아 일상

힐링아쿠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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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년이 걸린 위시리스트
작성자 힐링아쿠아 (ip:)
  • 평점 5점  
  • 작성일 2023-12-10 17:31:41
  • 추천 14 추천하기
  • 조회수 5384



오늘 글은 몇년전에 제가 정말 미쳐있었던 어종인 다트니오에 대한 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전, 제가 힐링아쿠아를 운영하다가 돌연 잘 하고있던 장사를 중단하고 1년정도 대외적인 활동을 쉬었던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저는 인연을 맺게된 동업자분과 법인회사를 만들어서 관상어 부화 수출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1년정도 장사를 아예 하지않고 고기연구에만 매달린적이 있습니다.


그때 핵심 목표어종이 다트니오였고, 이미 몇년전에 다트니오 산란을 한번 봤던적이 있는데다, 어류번식은 제가 가장 자신있는 특기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 법인회사 시절에 만들었던 부화시설 


그런데 이 다트니오란 어종이 더 깊게 관찰하고 파고들수록 기존에 검색하면 나오던 논문자료나 학술자료가 사실상 아무런 의미 없어질만큼 난해한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어종을 번식난이도가 제가 기존에 꾸준히 번식해왔던 폴립테루스가 가아피쉬같은 어종들과는 아예 궤를 달리한다는것을 인지하면서, 정말 1년이란 시간을 오롯이 다트니오 한 종을 연구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실제로 다트니오는 전세계적으로 담수관상어중 최상 최악의 난이도를 인정받는 어종입니다) 


당시 데이터를 얻고 관찰하며, 실제 번식에 사용하기위해 모아둔 사이즈있는 인도네시아 다트니오만 해도 백여마리가 넘었고..매물을 찾기 어렵던 샴타이거 또한 번식이 가능한 종자급으로 여럿 확보했습니다.


다트니오란 어종을 더 이해하기 위해 분류적으로 연관있는 다른지역의 아종이든, 같은과의 해수어든 다 찾아가며 자료를 모으고, 서식지 데이터를 모으고, 조금이라도 써먹을수 있을까 싶어서 어류생리학이나 내수면양식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개체가 죽을때마다 전부 해부해서 보고, 그려보고, 기억해보고, 이 어종에 대한 데이터가 제 머릿속에 완벽하게 들어와있어야만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된 답을 도출해낼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정말 미친사람처럼 파고들었습니다.


물론 혼자힘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땐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이름있는 연구시설이나 양식시설에 방문해서 기존에 알던 정보를 다듬는것에 큰 도움을 받기도 했고, 어류학적인 부분에서 벽에 막히면 질문페이퍼를 잔뜩 만들어서 관련대학교에 소개를 받아 전공교수님들께 찾아뵈어 여쭈어보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 눈앞에 있는 벽을 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았습니다. 


그때 사람이 일주일은 어딘가에 어렵지않게 몰두하고 미쳐있을순 있지만, 그게 한달 두달 세달 일년을 단 하나의 대상에게 몰입한다는건 정말 고통스러운일이고, 그걸 참고 넘어가는순간 감각적으로 무언가가 완성된다는것을 알게되었으며, 실제로 그때의 번식에 대한 감각은 지금 다시 올리려면 다시 그 만큼의 시간을 쏟지않으면 도저히 쫒아갈수 없을만큼 꽤 수준이 높았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해서 현지에서도 실내양식 사례가 없던 다트니오란 어종을 산란시키려고 마음먹으면 내가 원하는시간, 정해진 스타일로 산란을 시킬수있는 단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 다른분들은 제가 가아피쉬나 폴립의 번식을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 제가 제일 번식을 잘 하는 어종은 다트니오 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산란하고 부화까지 성공하더라도 육성까진 제대로 성공한적이 없었는데, 당시 결론은 결국 시설적인 부분을 다시 준비하지 않으면 업무적으로 성공할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리하여 다트니오에게 몰두했던 1년이란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트니오의 번식은 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계산하고 예상했던 시설이 준비될때까지 보류하는것으로 했으며, 당시 운영하고있던 부화시설에서 가장 생산하고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판단했던 가아피쉬만 집중적으로 번식함과 동시에, 그간 쉬었던 힐링아쿠아 소매를 다시 시작하고 매출을 올리면서, 최종적인 목표로는 다트니오 양식이 가능한 시설확장을 계획하여 달려온게 현재입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10년도 더 이전인 제가 갓 성인이 된 20살때, 당시 입학했던 동국대학교 화공과를 1학기만에 휴학한적이 있는데...

당시에 휴학한 이유는 대학교에 대한 이후 방향이 내가 고등학교때 꿈꾸고 생각하던것과는 좀 많이 달랐고, 중요한건 물고기에 관련된 직업에 큰 미련이 남아서였습니다.


당시에 1학년이던 저는 저희과의 첫 전공과목이던 케미컬 프로세스에서 첫수업때 교수님 눈에 띄어서 해당과목의 반장을 하고있었는데


제가 당시 시험문제 답안을 전부 공백으로 냈었고, 그걸 확인한 교수님께서 따로 불러서 "수업도 잘 듣고 니가 답을 모를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공백으로 제출했냐?"고 질문하셨는데, 그때 저는 현재 제가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하는 이유를 찾지도 못했고, 내가 앞으로 정말 무엇을 하고싶은지 결정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현실적인 경험이 필요할것 같아서, 아직 휴학이란 수단과 판단할 시간이 있으니 계속 마음속에 맴돌던 관상어 업종을 되는데까지 도전해보고, 해봤는데도 정말 아니다싶으면 다시돌아와서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고 했었습니다. 


다행히 이때 교수님께선 제가 만나본 학생들중에서 가장 자기목표가 명확하다며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고, 이해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시 모든시험의 정답을 적지않고 모든과목을 F 받은 후, 휴학을 신청한날 저 혼자 블로그에 비공개로 제가 하고싶은 위시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땐 지금 생각해봐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당시에 적은 위시리스트엔 가아피쉬를 번식해보는것이나, 물고기를 소재로 TV에도 나가보는것, 관상어로 강의를 하는것, 직접 번식한 관상어를 외국에 수출해보는것 등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참 아무렇지 않은 목표들이지만.. 아직 어린 20살의 제겐 너무나도 큰 꿈이었습니다.


어쨋든 이후 휴학과 동시에 군복무를 시작하고.. 제대하자마자 바로 개업을 해서 운영하고있는게 지금의 힐링아쿠아 입니다.




▲ 첫 오픈당시 힐링아쿠아


8평짜리 매장에서 시작했던 동네수족관이 10년가량의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시 제가 쓴 위시리스트가 참 길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이루고 호주폐어 번식과 다트니오 번식 딱 두개만 남은상태입니다.

앞으로 2년간의 목표는 단 두개만 남은 이 위시리스트를 채우고, 지금부터 새로운 꿈을 꾸는것입니다. 


저희 힐링아쿠아 식구들도 제 이런내용을 모두 알고있고, 이젠 같은꿈을 꾸며 열심히 일하고, 서로 격려하고 버팀목이 되며 최선을 다하고있습니다.

사업초반에는 혼자 운영하며 정말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제가 인생에 큰 인복이 있어서 지금은 정말 매순간 최선을 다할수있는 행복을 누리고있습니다.   


새삼 몇년전까진 제 꿈을 이루는데 외적인 방해요소들이 참 많았는데.. 이 악물고 버티고 끈질기게 살아남다보니, 이제 위협적인 요소는 다 사라지고, 제게 남은 마지막 적은 저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제가 4년전에 촬영해놨던 다트니오 산란당시 사진들 입니다.

언젠가 데이터로 쓸일이 있을거라 공개안한 사진과 영상이 수백개 입니다.










2018.06.11 보르네오 플러스원(Datnioides microlepis) 산란 







2019.04.03 샴타이거(Datnioides pulcher) 산란 


앞으로 힘내서 2년후에는 국산 다트니오와 국산 호주폐어가 이 게시판에 올라갈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어디서든 제가 선택한일을 하며 살고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물학자든 뭐든, 몇십년이 걸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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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을 2023-12-11 01:01:34 5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진짜 멋있으십니다.
    존경 합니다.
  • 소병민 2024-01-04 13:46:42 5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업종을 떠나서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몰두하시고 결과를 내신다는게 너무 멋지십니다.
    항상 단톡방에서도 질문들 다 받아주시고 좋은 어종들 가져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꿈들 모든 꿈들 이루실겁니다!
  • 한재덕 2024-01-10 23:13:19 5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너무나 대단하세요
    좋아하는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미쳐야만 미칠 수 있다는 경지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 백종승 2024-01-18 18:48:30 3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와...나이도 얼추 비슷한거 같은데..이형 개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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